봄 한 가운데에서 경기75산우회에서는 경건회와 함께 3월 정기산행을 춘천 오봉산(779m)으로 다녀왔다. 약속시간에 집결장소인 청량리 민자역사 안엔 벌써 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오늘의 낭만적인 산행에 대해 얘기꽃을 피우는 것 같다. 이번 산행은 요즘 청춘사이에 유명한 청춘열차를 타고 간다(참고: 우리 나이에서는 이름에서 좀 주눅들 수 있는데 사실은 청량리-춘천의 약자임).
주말엔 표 구하기가 힘들다는 2층 좌석을 김태호의 활약 덕분에 1칸(24석)을 통째로 예약을 해 우리들만의 공간이 되는 행운(?)도 잡을 수 있었다. 2층에서 바라본 풍경이 생소하긴 했지만 색다른 느낌으로 창밖으로 지나치는 기차역 이름을 되새기며 잊혀진 추억이야기를 다시 찾는 동안 벌써 남춘천에 도착하였다는 멘트방송이 나온다(남춘천까지 56분소요).
남춘천역에서는 미리예약한 식당사장님께서 우리를 환영하며 대기하고 있는 25인승 버스로 우리를 오봉산 들머리인 배후령 고개까지 모셔간다. 소양댐 북쪽에 위치한 오봉산은 산세는 크지 않으나 이름에 걸맞게 다섯 개의 바위봉이 절묘하게 솟아 있고, 4봉과 5봉의 바위절벽과 베낭을 벗어야 빠져 나갈 수 있는 구멍바위 암릉길이 산행의 묘미를 더해 준다.
구멍바위 지나 갈림길(왼쪽: 가파른 짧은 길 오른쪽: 순탄한 하산 돌계단길)에서 잠시 망설였으나, 좀 더 나은 경치를 기대하며 청평사를 바로 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가파른 길을 택했다. 급경사길은 함께한 여성 산우인에게는 다소 버거운 코스였으나 가파른 암릉의 긴장속에서 멀리 보이는 소양호의 풍경과 위에서 바라본 청평사 평면도의 정취를 느끼며 올 봄 맞이 산행은 오봉산의 봄처녀를 온 몸으로 만나고 온 것 같다.
오봉산 능선과 계곡엔 이제 봄손님이 자리를 잡은 듯 여기저기 보이는 파란 싹과 함께 들녘에 피는 꽃에서 생명력의 예찬이 아니더라도 모두의 삶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눈이 밝아지는 듯 봄산에 피는 꽃이 그리도 고울 줄이야 나이가 들기 전엔 몰랐다는 듯 친구의 노래소리도 산새의 울음소리도 모든 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날머리는 신라 때 고찰 청평사를 통하여 구송폭포를 감상하며 청평사선착장을 향한다. 막간을 이용하여 친구들 도토리묵에 동동주를 벗 삼아 소양호를 바라보며 모두들 누군가와 함께 했을 것 같은 소양호에서 청평사까지 낭만적인 유람선의 옛 추억에 빠진 것 같은 모습들이다. 오리지널 매콤한 춘천닭갈비와 막국수로 옛 추억의 향수에 젖어 잔을 돌리며 벌써 다음 산행을 기대해 본다.
참석자: 정대진(2), 이문승(2), 강영환(2), 인정록(2), 최인욱(2), 김태균(2), 권승종(2), 이영환(2), 한영성, 김종식, 박찬호, 변민수, 김태호, 가경식, 유병성, 문영일 등 24명
코 스: 배후령-1봉-2봉-3봉-4봉-오봉-구멍바위-688봉-청평사-구송폭포-거북바위-선착장-소양강댐(4시간 소요)
사 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