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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회
자유인ㆍ문화인ㆍ평화인ㆍ자랑스런 경기고 75회입니다.
12 6월 2005년
신상도

중앙일보마라톤대회 게시판에 올라온 글(1)

신상도 2005-06-12
아래는 중앙일보마라톤대회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마라톤의 명예와 가치에 대해 너무 잘 표현된 글이므로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 제 목 : 명예, 그 숭고한 가치를 위해 * 글쓴이 : 정 상 태 (2005년 6월 10일)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 해 보는 것,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꼭 한 번은 해볼 만 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늘 했었다. 2년간의 준비와 중거리 출전 끝에 2004년 가을, 처음 풀코스를 3시간 40분에 주파를 하였는데 그 완주가 주는 감동과 환희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대회가 끝이 난 후 폭풍이 지난 뒤 펼쳐진 푸른 초원 같은 청량감과 아늑함, 그리고 마음의 평온함이 생겼다. 한편 스스로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세상에 대한 겸손함, 세상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마저도 생겨났다. 특히 인간 한계의 극복을 자축하는 자긍심은 완주 결승선에서의 눈물마저 불러오고 있었다. 풀코스 완주는 한 동안 스스로에게 하나의 신선한 충격과 사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앞의 40킬로미터 속도 제한 표지판이 마라톤 거리 표시판으로, 차도의 회전표지판이 반환점으로 보이는 것은 완주 후 스스로의 자랑스러움이었고 한 동안 일어난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 긍지와 자랑스러움이 교만의 늪에 빠지는 것은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스로가 늘 3시간 40분 내를 달려서 완주할 수 있는 주자라는 착각을 하면서 두 번 째, 세 번 째 대회에서 골반이 부서지는 고통 속 4시간 40분의 역주로 그 한계와 고통을 뼈저리게 느꼈다. 풀코스를 완주하기 전에는 인간 한계의 극복이란 정신력과 극기, 나 자신과의 싸움, 고독한 레이스. 뭐 이러한 우아한 단어로 연결되는 개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42.195킬로미터 구간을 달리면서 내게 다가 온 한계란 이러한 평면적인 개념들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 그리고 사실적이었다. 마라톤 벽이라는 30킬로가 다가오면서 발바닥이 뜨거워졌고 발톱과 무릎, 허벅지, 골반에 경련과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쁜 것은 차라리 배부른 푸념이었다. 이것이 드디어 인간 한계에 왔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그 한계를 지나자 발톱에 피멍이 들었고, 땀이 흐르다 마르기를 몇 번, 하얗게 소금이 되고 특히 내 자신을 끊임없이 공격하는 무수한 유혹들. 조금씩 아픈 부위들이 고통으로 다가오며 일그러지는 표정 속에 연골이 망가질 지 도 모른다는 두려움. 심장과 내분비계의 이상이 생겨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극단적인 공포와 적막감과 고독감. 무엇보다 제일 힘든 것은 인내심으로 견뎌 내기엔 너무나 많이 남은 거리 그리고 그 절망감, 완주라는 것은 42.195킬로 내내 이러한 것들과 끊임없이 싸워나가야만 하는 전투였다. 오로지 믿는 것은 자기 자신과 그 어떤 가치를 지켜내고 말겠다는 그 마음, 집념뿐이었다. 4시간 후반 대의 엄청난 고통을 맛보고 난 후 나름대로 훈련 한 것 중 하나가 계단 오르기 였다. 새벽마다 계단을 2시간 동안 계속 오르며 고통스러우면 걸어 올라가며 쉬었다. 계단 걸어 오르기를 쉬는 수단으로 생각하였으니 부하가 큰 훈련이었고 나름대로 흥미도 있었다. 하지만 출근 시 정장을 하고 2층에 있는 사무실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면 늘 계단 상단부에서 다리가 아파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고작 2층 계단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과 정신이 경우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아침 마다 하는 계단 훈련은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잡지에 나온 나이 어린 축구 천재 박 주영 선수의 망가져서 굳은살이 배인 발을 보며 참피언을 떠 올렸다. 타이틀의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고통과 인내, 눈물, 그리고 아픔의 흔적들. 힘들고 아파도 안락함과 타협하지 않고 소신대로 묵묵히 그 길을 가는 것. 그건 영광(Glory)이었고 명예(Honor)였다. 벼가 익어가는 완숙미를 배우고 세상에 대한 고마움을 깨우치고자 2005년 중앙일보 서울 마라톤의 출전을 알리는 출사표를 써 내려 간다. 편리함과 안위함을 얻기보다 스스로의 가치와 명예를 지키며 겸손함을 좀 더 배우기 위해 오늘도 운동화 끈을 굳게 동여매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정 상태 (포항공과대학교 러너스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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